2023년 10월 14일 토요일 오전 11시, 저는 안방 옷장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정리하자"며 굳은 결심을 다졌습니다. 여름옷을 치우고 가을겨울 옷을 꺼내는 연례행사를 시작한 거였죠. 유튜브에서 본 정리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옷장 안 모든 옷을 거실 바닥으로 끄집어내기 시작했는데, 불과 1시간 만에 거실 한가운데에는 제 키만 한 거대한 옷 산더미가 생겼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이 옷들을 언제 다 분류하고 정리할지 막막해지기 시작했어요. 결국 그날 밤 10시 30분까지 무려 11시간 30분을 옷과 씨름한 끝에 간신히 마무리했지만, 다음 날 아침에는 온몸이 쑤셔서 파스를 붙이고 출근해야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1년에 두 번씩 이런 고문을 당하며 살 수는 없다고 절실히 느꼈어요. 이 글..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주말에 두 시간을 들여 깔끔하게 정리해 둔 책상이 월요일 퇴근 무렵에 이미 다시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택배에서 꺼낸 영수증 세 장, 충전 중인 이어폰 케이스, 다 쓴 볼펜 네 자루, 언제 올려놨는지도 모를 포스트잇 묶음까지 120cm 폭의 책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분명히 이틀 전에 물티슈로 먼지까지 닦아내며 완벽하게 정리를 마쳤는데, 불과 48시간 만에 다시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날 저는 단순히 물건을 서랍에 쑤셔 넣는 식의 정리를 멈췄어요. 대신 도대체 왜 내 책상만 며칠을 못 가고 난장판이 되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그전까지 저는 책상이 어질러질 때마다 수납용품을 사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거든요. 작은 트레이..
이사 전날 밤, 박스 87개를 거실에 쌓아놓고 처음으로 제 소유물의 민낯을 마주했습니다. 33제곱미터 원룸에서 2년을 살면서 공간이 부족할 때마다 수납 용품을 사들였는데, 막상 짐을 싸고 보니 수납 용품 자체가 박스 12개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3단 서랍장, 침대 밑 틈새 수납함, 문걸이형 선반, 플라스틱 정리함을 구매하는 데만 3년간 총 28만 원을 썼지만, 정작 집은 발 디딜 틈 없는 창고가 되어버렸습니다. 새 집은 38제곱미터로 5제곱미터 더 넓었지만, 이삿짐을 모두 들여놓자 오히려 더 좁게 느껴졌습니다. 늘어난 공간만큼 물건도 함께 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공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물건이 과잉이고, 수납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소유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
어느 날 퇴근 후 마트 영수증을 정리하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주방 소모품에만 쓴 금액이 무려 12만 4천 원이었습니다. 키친타올 3묶음, 일회용 위생장갑 2박스, 주방세제 2병, 곰팡이 제거제, 배수구 세정제, 기름때 제거 스프레이, 행주 4장, 수세미 6개, 비닐봉지 2롤, 위생백 1박스까지 품목을 세어보니 정확히 23가지였습니다. 충격을 받아 주말에 마음먹고 주방 서랍과 수납장을 전부 비워서 바닥에 늘어놓고 엑셀로 목록을 만들어보니, 소모품만 종류별로 27가지가 나왔습니다. 냉장고 옆 수납장에는 절반도 쓰지 않은 세제들이 빼곡히 쌓여있었고, 싱크대 아래에는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청소 도구들이 엉켜있었습니다. 정작 지난 한 달 동안 한 번도 손대지 않은 것이 27가지 중 9가지나 되었..
매주 일요일 오후만 되면 가슴 한구석이 무거워지곤 했습니다. 일주일 내내 방치해 둔 욕실의 물 때와 검은곰팡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락스 냄새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무릎을 꿇고 바닥을 박박 문지르는 2시간의 고된 노동은 주말의 휴식을 완전히 망쳐버리는 주범이었습니다. 그렇게 고생해서 청소를 마쳐도 며칠 지나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물때를 보며 깊은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문제는 제가 욕실 오염이 생기는 근본 원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물을 많이 써서 더러워진다고만 생각했지, 실제로는 물이 증발한 후 남기는 미네랄과 비누 찌꺼기가 결합하면서 제거 불가능한 단단한 층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 원리를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욕실 청소를 미루지 않게 만드..
매일 아침 출근 직전 현관에서 벌어지는 작은 전쟁이 있었습니다. 이미 신발을 다 신은 상태에서 차 키를 찾지 못해 다시 신발을 벗고 거실로 뛰어들어가거나, 마스크를 깜빡해서 까치발로 화장대까지 다녀오는 일이 일주일에 세 번은 반복되었습니다. 머리로는 분명히 다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립밤이나 사원증이 떠오르며 또다시 집 안을 뒤지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바쁜 아침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에 이런 비효율이 반복되니 하루 시작부터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제 기억력이 아니라 집안 물건 배치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주말 반나절을 투자해 현관을 완전히 재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외출 준비 시간이 8분에서 2분으로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아침마다 느끼던 조급함과 불안감이 사라져 하..